'아웃도어 반값 떨이' 이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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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자친구와 함께 백화점에 들른 C(26)씨는 아웃도어 의류 코너에서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지난 1월 40만8,000이나 주고 구입해 남자친구에게 선물한 B사의 구스다운 점퍼가 29만원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이렇게 싸게 파냐"고 묻자 매장 직원은 "이 제품만 싸게 파는 게 아니다. 반값에 파는 제품도 있다"며 또 다른 구스다운 점퍼를 권유했다. 매장 직원은 "지금 사두지 않으면 올 겨울엔 제 값을 주고 사야 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큰 맘 먹고 산 옷이 행사용 제품으로 전락했다는 걸 확인한 C씨는 "아웃도어 의류에 거품이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C씨가 산 구스다운의 가격이 불과 반 년 만에 10만원 넘게 떨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아웃도어 업체들이 지난해 겨울 강추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다운점퍼를 너무 많이 만든 탓이다. 수요 예측이 엇나가 과잉 생산한 옷을 팔기 위해 아웃도어 업체들은 여름 내내 '아웃도어 초특가 기획전' '정기세일' '아웃도어 다운재킷 대전' 등 갖은 명목으로 이월 상품 판매에 주력했다. 할인율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70%에 이른다. '아웃도어 다운재킷 대전'에 참여한 한 업체의 관계자는 "재고 비용을 감당하느니 이렇게라도 팔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판매방식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여름에 다운재킷 판매량이 늘어나면 1년 중 가장 매출이 높아야 할 겨울에 판매가 죽을 쑤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실제로 롯데ㆍ신세계ㆍ현대백화점의 아웃도어 매출 신장률은 2010년 40%대에서 지난해 10~20%대로 급락했다. 올해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아웃도어 시장의 매출은 2010년 3조2,500억원에서 2011년 4조3,510억원, 2012년 5조5,170억원, 지난해 6조7,000억원으로 매년 1조원 이상 팽창했다. 하지만 2011년을 기준으로 성장세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2년엔 27%, 2013년엔 25%로 하강하더니 올해는 16%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한 자릿수 성장률조차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아웃도어 의류의 매출 신장률이 이처럼 하락하는 이유는 뭘까. 신규 브랜드의 잇단 등장 등으로 시장이 포화한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소비자들 사이에 '아웃도어 옷에는 거품이 잔뜩 끼어 있다'는 인식이 뿌리를 내린 것도 한 이유로 분석된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아웃도어는 가격 거품이 심한 옷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동일한 아웃도어 제품에 대해 해외시장과 국내시장의 판매가를 조사한 결과 한국 가격이 외국 가격보다 평균 40% 이상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측은 "일부 브랜드의 경우 해외 가격과 국내 가격이 평균 60%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브랜드에 대한 과도한 프리미엄, 유통 수수료 등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제조사가 원가 대비 높은 판매가를 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통경로별로 가격 차이가 극심한 것도 소비자들이 아웃도어에 등을 돌린 한 이유다. 일부 제품의 경우 백화점과 인터넷 쇼핑몰(최저가)의 가격 차이가 평균 16.9%로 나타났다. B 브랜드의 경우 백화점 가격과 인터넷 쇼핑몰 가격이 평균 27.4%나 차이가 났다.

이처럼 시장 포화, 가격 논란, 계절 요인 등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이다 보니 아웃도어 업체들은 광고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4대 아웃도어 업체(블랙야크, 영원아웃도어, K2, 밀레)의 최근 5년간 매출액 대비 광고 및 판촉비 비중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7.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 비중은 3.6% 감소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아웃도어 업체의 매출액 대비 광고 및 판촉비는 제조업체의 7.5배, 섬유ㆍ의복 업계의 12.6배"라며 "아웃도어 제조사들이 품질보다는 광고에 더욱 치중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K2코리아가 다음 달 골프웨어 브랜드 와이드앵글을 론칭하는 등 일부 아웃도어 업체가 골프 의류로 눈을 돌리는 것도 아웃도어 제품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려는 안간힘으로 분석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아웃도어 업체들이 품질과 기능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유명 모델을 앞세워 브랜드의 프리미엄을 높임으로써 손쉽게 수익을 창출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면서 "업체들이 한국 아웃도어 환경에 적합한 사양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과도한 유통마진을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소비자들은 자기 라이프스타일에 꼭 필요한 제품인지를 꼼꼼히 따지는 합리적 소비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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